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은 왜 일어났을까? 최초의 5대 대멸종
약 4억 4,500만 년 전 지구에서는 생명의 역사상 최초의 5대 대멸종 가운데 하나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 또는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대멸종이라고 부릅니다.
당시 생물 대부분은 바다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 역시 해양생물에 집중됐습니다.
삼엽충, 완족류, 필석류, 코노돈트, 태형동물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이 사건으로 당시 생물 종의 약 85%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거대한 멸종은 왜 일어났을까요?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급격한 지구 냉각과 대규모 빙하 형성, 해수면 하강입니다. 여기에 바닷속 산소 부족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르도비스기는 언제였을까?

오르도비스기는 고생대의 두 번째 시기입니다.
캄브리아기 다음에 시작됐고 이후 실루리아기로 이어집니다.
약 4억 8,500만 년 전부터 약 4억 4,400만 년 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시기의 지구는 오늘날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육지에는 아직 복잡한 육상 생태계가 거의 형성되지 않았고 생물 대부분은 바다에 살았습니다.
따라서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은 대표적인 해양생물 대멸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르도비스기에는 어떤 생물이 살았을까?
오르도비스기의 바다는 매우 다양했습니다.
캄브리아기에 이미 번성했던 삼엽충이 계속 살아남았고, 완족류와 태형동물, 필석류, 코노돈트 등이 크게 번성했습니다.
두족류 가운데에서는 곧은 껍데기를 가진 초기 앵무조개류가 대형 포식자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오르도비스기에는 생물 다양성이 크게 증가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를 오르도비스기 생물 다양화 사건 또는 Great Ordovician Biodiversification Event라고 부릅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후 형성된 여러 동물 계통이 이 시기에 더욱 다양하게 분화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번성 뒤에 대규모 멸종이 찾아왔습니다.
최초의 5대 대멸종
지난 약 5억 년 동안 생물 다양성이 급격하게 감소한 대표적인 사건을 흔히 5대 대멸종이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발생한 것이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입니다.
스미스소니언은 약 4억 4,700만 년 전 후기 오르도비스기에 전 지구적인 냉각, 빙하 형성, 해수면 하강이 발생하면서 삼엽충과 완족류, 태형동물, 필석류, 코노돈트 등 많은 해양생물이 멸종했다고 설명합니다.
멸종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지구 생명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사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첫 번째 원인, 갑작스러운 지구 냉각
오르도비스기 대부분은 비교적 온난한 기후였습니다.
그런데 후기 오르도비스기에 들어서면서 기후가 급격하게 추워졌습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당시 기온이 빠르게 낮아지고 거대한 빙하가 형성된 것이 대멸종의 핵심 원인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당시 남극 부근에는 곤드와나라는 거대한 대륙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곤드와나 위에 거대한 빙상이 형성되면서 지구 전체의 기후가 크게 변화했습니다.
따뜻한 바다 환경에 적응해 있던 생물에게 갑작스러운 냉각은 치명적이었습니다.
바닷물이 얼면 왜 해양생물이 죽었을까?
빙하가 만들어지려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바닷물이 증발한 뒤 눈으로 내려 대륙 위에 쌓이고 빙하가 되면 그만큼 바다의 물은 줄어듭니다.
결과적으로 해수면이 내려갑니다.
오늘날에도 빙하기에는 해수면이 낮아집니다.
후기 오르도비스기에도 같은 일이 훨씬 큰 규모로 발생했습니다.
스미스소니언은 빙하 확대와 함께 해수면이 낮아진 것이 당시 해양생물 멸종의 주요 요인이었다고 설명합니다.
해수면 하강이 왜 그렇게 위험했을까?
오늘날 바다를 생각하면 깊은 바다가 훨씬 넓어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해양생물이 실제로 풍부하게 사는 곳은 대륙 주변의 얕은 바다입니다.
햇빛이 들어오고 영양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르도비스기에도 많은 생물이 얕은 대륙붕 바다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빙하가 커지면서 해수면이 내려가면 얕은 바다가 크게 줄어듭니다.
수심 수십 m 정도의 바다가 육지로 변하면서 생물의 서식지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2026년 Nature Communications 연구에서도 첫 번째 오르도비스기 멸종 단계에서는 냉각과 해수면 하강에 따른 얕은 바다 서식지 감소가 중요한 원인이었을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따뜻한 바다 생물이 특히 피해를 입었다
갑작스러운 냉각은 모든 생물에게 똑같은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열대 바다에 적응한 생물은 특히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반면 차가운 바다에 적응한 일부 생물은 상대적으로 살아남기 쉬웠습니다.
Nature Geoscience 연구에서는 후기 오르도비스기의 냉각과 당시 대륙 배치가 결합되면서 많은 해양생물이 살 수 있는 적절한 기후 공간 자체가 크게 감소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즉 단순히 온도가 몇 도 떨어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기존 생태계가 살던 바다의 위치와 면적 자체가 크게 바뀐 것입니다.
대멸종은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은 흔히 두 번의 주요 멸종 단계로 설명됩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기후가 급격하게 냉각되고 빙하가 확대됐습니다.
해수면이 내려가면서 얕은 바다의 서식지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기후가 다시 따뜻해지고 빙하가 녹기 시작했습니다.
생물이 이제 다시 살기 좋아졌을 것 같지만 오히려 두 번째 멸종이 발생했습니다.
2022년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연구에서도 후기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이 두 단계에 걸쳐 일어났으며, 냉각과 해양 무산소 현상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설명합니다.
두 번째 위기, 바닷속 산소 부족
두 번째 멸종 단계에서 중요하게 연구되는 현상이 해양 무산소입니다.
무산소 또는 anoxia는 바닷물 속 산소가 극도로 부족해지는 현상입니다.
물고기뿐 아니라 바닷속 대부분의 동물은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를 이용합니다.
따라서 산소가 크게 줄어들면 넓은 해역이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Nature Geoscience 연구에서는 후기 오르도비스기 빙하기 동안 깊은 바다에서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 확대된 증거가 확인됐습니다.
추운데도 바다에 산소가 부족할 수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차가운 물은 따뜻한 물보다 산소를 더 많이 녹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빙하기에 해양 무산소가 발생했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바닷속 산소량은 단순히 물의 온도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 해류의 순환
- 해양 생산성
- 유기물 분해
- 영양염 공급
- 깊은 바다와 표층수의 혼합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줍니다.
Nature Geoscience의 모델 연구에서는 당시 표층 바다는 오히려 산소가 증가했을 수 있지만 깊은 바다에서는 산소 부족이 확대되는 상황이 동시에 가능했다고 설명합니다.
황화수소가 많은 바다도 생겼을까?
산소가 완전히 부족한 환경에서는 황화수소가 풍부한 물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euxinia라고 합니다.
황화수소는 많은 생물에게 독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바다가 확대되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022년 연구에서는 후기 오르도비스기에 인 순환이 변화하면서 유기물 생산과 분해가 증가하고, 일부 대륙붕 바다에서 산소가 없고 황화수소가 풍부한 환경이 확대됐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이 두 번째 멸종 단계에서 특히 중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멸종의 원인이 달랐을까?
현재 연구들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멸종 단계:
- 급격한 냉각
- 빙하 확대
- 해수면 하강
- 얕은 바다 서식지 감소
두 번째 멸종 단계:
- 빙하 변화와 기후 전환
- 바다 순환 변화
- 해양 무산소 확대
- 일부 지역의 황화수소 증가
2026년 연구에서도 첫 번째 단계에서는 광범위한 무산소보다 냉각과 해수면 하강의 영향이 더 중요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해양 무산소가 더욱 강하게 확대됐다고 설명합니다.
정확히 몇 퍼센트가 멸종했을까?
자료에 따라 추정치는 조금씩 다릅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종 수준에서 약 85%가 사라졌다고 소개합니다.
반면 일부 연구에서는 약 53%의 해양 종이 사라졌다는 추정치도 사용합니다.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화석 기록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생물을 하나의 종으로 볼 것인지, 분석하는 지역과 화석군이 어디인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비율 하나보다 당시 해양 생태계가 전 지구적으로 매우 큰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삼엽충도 이때 멸종했을까?
아닙니다.
삼엽충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스미스소니언은 후기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에서 많은 삼엽충 계통이 사라졌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삼엽충들은 실루리아기와 데본기에도 계속 존재했습니다.
삼엽충 전체가 완전히 멸종한 것은 훨씬 뒤인 약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입니다.
즉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은 삼엽충에게 첫 번째 큰 위기 가운데 하나였지만 마지막 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어떤 생물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을까?
오르도비스기 말에는 여러 해양 무척추동물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표적으로
- 삼엽충
- 완족류
- 태형동물
- 필석류
- 코노돈트
- 산호초를 이루던 여러 생물
등이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스미스소니언 역시 이들 그룹을 후기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에서 큰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생물로 소개합니다.
특히 특정 수온이나 수심에만 살던 생물은 환경 변화에 더욱 취약했습니다.
당시 육상동물도 멸종했을까?
오르도비스기에는 오늘날 같은 육상 생태계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육상식물과 육상동물은 이후에 본격적으로 다양해집니다.
따라서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은 거의 전적으로 해양생물의 위기로 기록됩니다.
이 점은 공룡과 육상생물까지 큰 영향을 받은 백악기 말 대멸종과 큰 차이입니다.
빙하기는 왜 갑자기 시작됐을까?
이 부분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오늘날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훨씬 높았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대규모 빙하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Nature Communications 연구는 후기 오르도비스기의 빙하기가 지질학적으로 매우 짧고 강렬했던 특이한 사건이라고 설명합니다.
원인 후보로는 대륙의 위치 변화, 화산활동, 암석 풍화, 탄소 순환 변화, 초기 육상식물의 확산 등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요인이 결정적이었는지는 여전히 연구 중입니다.
초기 육상식물이 영향을 줬다는 가설도 있다
오르도비스기에는 매우 단순한 초기 육상식물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육상식물이 암석 표면에 자리 잡으면 암석 풍화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풍화 과정에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장기적으로 소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 식물의 확산이 이산화탄소 감소와 지구 냉각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다만 이것 역시 후기 오르도비스기 빙하기를 설명하는 여러 가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화산활동도 원인 후보일까?
흥미롭게도 화산활동 역시 후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화산활동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지구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산에서 나온 황 성분과 에어로졸은 단기간 햇빛을 반사해 기온을 낮출 수도 있습니다.
후기 오르도비스기의 환경 변화에서 화산활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Nature Communications는 당시 대멸종 원인으로 화산활동, 해양 무산소, 빙하와 대륙 배치 등 여러 메커니즘이 제안돼 왔다고 설명합니다.
즉 현재로서는 하나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소행성이 원인이었다는 설도 있을까?
과거에는 소행성이나 우주 먼지가 오르도비스기 기후에 영향을 줬다는 가설도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보다 앞서 거대한 소행성이 우주에서 충돌하면서 많은 운석 물질이 지구로 유입된 흔적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백악기 말의 칙술루브 충돌처럼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을 하나의 거대 충돌 사건과 직접 연결하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현재 주요 설명은 기후 냉각, 빙하 확대, 해수면 하강, 해양 화학 변화에 집중됩니다.
대멸종 이후 바다는 어떻게 됐을까?
대멸종이 끝났다고 생태계가 즉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초기 실루리아기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산소가 부족한 바다가 상당 기간 이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Nature Communications 연구에서는 황화수소가 풍부한 해양 환경이 초기 실루리아기까지 300만 년 이상 지속됐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계는 다시 회복됐습니다.
살아남은 생물들이 비어 있는 생태적 공간으로 퍼져나가면서 새로운 해양 생태계가 형성됐습니다.
대멸종은 진화를 멈추게 했을까?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면 생태계의 구성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많은 종이 사라지면 기존 생물이 차지하던 먹이와 공간이 비게 됩니다.
살아남은 생물은 이 빈 공간을 이용하면서 새로운 종으로 분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멸종은 엄청난 생물 다양성 손실을 만들지만 그 뒤에는 새로운 생물군이 번성하는 진화적 변화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 이후에도 살아남은 삼엽충과 완족류, 연체동물 등이 실루리아기 생태계에서 다시 다양해졌습니다.
왜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이 중요할까?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은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는 것만으로도 생태계가 얼마나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특히 이 사건은 극심한 지구 냉각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다른 대멸종과 차이가 있습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은 대규모 화산활동과 극심한 온난화가 주요 원인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백악기 말 대멸종은 거대 소행성 충돌과 연결됩니다.
반면 오르도비스기 말에는 냉각과 빙하 형성, 해수면 하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즉 지구 생태계는 온난화뿐 아니라 급격한 냉각에도 매우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리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은 약 4억 4,500만 년 전 발생한 최초의 5대 대멸종입니다.
당시 지구 생물 대부분은 바다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는 해양 생태계에 집중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갑작스러운 지구 냉각과 곤드와나 대륙의 대규모 빙하 형성이 꼽힙니다.
빙하에 많은 물이 갇히면서 해수면이 크게 내려갔고, 얕은 바다에 살던 생물의 서식지가 광범위하게 사라졌습니다.
이후 기후가 다시 변화하고 바닷속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 확대되면서 두 번째 멸종 위기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은 단순한 ‘빙하기 때문에 생물이 죽었다’는 사건보다
- 급격한 냉각
- 빙하 확대
- 해수면 하강
- 서식지 감소
- 해양 순환 변화
- 무산소 환경 확대
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만들어진 복합적인 생태계 붕괴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지구의 기후와 바다 환경이 짧은 시간에 크게 바뀌면 수억 년 동안 번성해 온 생물군도 순식간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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